글
글
"이 나라가 발전하려면말이야...이 사람들, 인사를 줄여야해."
밥을 먹다말고 지방에서 일하는 선배가 말했다. 난 참 기발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곧 방에 있는 사람 중 나 혼자만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안에 있는 선배들은 다들 허공또는 바닥을 바라보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상상하지 못했던 진지한 분위기에 스스로 민망해졌다. 그 때 난 현지훈련을 막 마친 세네갈 초짜였고, 주위에는 다 2년차에 들아간 세네갈 베테랑들이 앉아있었으니, 눈치밥으로 그 말 뜻을 이해하려고 했었었다.
인사를 줄여야한다. 얼핏 들으면 말도 안되는 소리다. 아니, 농담이겠지, 설마, 라고 생각할만도 하다. 인사를 줄이면 얼마나 줄인단 말인가. 그리고 인사랑 발전이랑 무슨 상관이라고. 정말일까, 라고 궁금해한지도 벌써 일년이 훌쩍 넘었다. 아무래도 지방에서 그 선배들이 겪었던 경험과 내가 수도에서 겪는 경험은 천지차이겠지만, 그래도 세네갈이라는 공통분모를 같이 바닥에 깔고 서있는 봉사단원이기에 지금은 약간은 이해를 할 수 가 있다. 왜 그 선배가 그 때 그런 말을 내뱉었는지. 그리고 옆에서 왜 모두들 고개를 끄덕끄덕이던거였든지.
이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중요한 것을 두 개 뽑으라면 - 개인적인 의견이다 - 이름과 인사이다. 처음 훈련소에 들어갔을 때 훈련원장 Mame Sylla (덩치좋고 덩치만큼 인심좋은 세네갈아주머니! JICA / KOICA 봉사단원 훈련만 몇 년 째 해오셔서 봉사단원들에 대한 깊은 이해심과 애정을 가지고 계신 분.)와 Djeba (언어선생님)가 강조했던 것도 인사이다. 인사를 하지 않으면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세네갈 사람들. 인사를 하지 않고 누구를 찾으면 "(걔) 지금 인사하는 법을 배우러 갔다"라고 톡 쏘아뱉는 대답까지 있다는 왈로프어다. 아무리 바뻐도 대화의 시작은 '앗살람말레꿈' 혹은 '봉쥬르 (bonjour)', 또는 '싸바 (ça va?)'로 시작하는 이 나라. 세네갈 사람들 출근이후 아침 최소 1시간 가량은 인사를 한다. 한 사람당 5분 정도는 기본이며 전 기관을 돌면서 인사를 하니 드는 시간이 만만치가 않다. 일은 인사가 끝난 후에 시작이 되고, 아무리 급한 일도 안부인사후에서야 시작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일이 한국이나 미국에서처럼 진행되기는 불가능하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침에 도착하면 거진 모든 선생님들이 아침을 먹으러 카페테리아에 온다. 거기에서 여유롭게 모닝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30분 잡담. 하지만 결국 잡담이란 것은 잘 지내냐, 집에 문제는 없느냐 등의 기본적인 인사말이다. 한국처럼 어제 본 티비프로이야기 같은 것은 등장하지도 않는다. 결국 안부를 30분동안 서로서로 묻는거고 이 것이 이 나라 대화의 기본바탕이다. 오죽했으면 한 번은 같이 걸어가던 미국봉사단원 (Peace Corps는 지방에서 홈스테이를 한다.)이랑 같은 마을에서 온 사람을 우연찮게 만났는데, 집에 염소는 어떻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다. 결국 인사는 안부요, 안부는 관심이요, 관심은 애정이다.
30분 잡담이 끝나면 그 다음에는 뿔뿔히 흩어져서 각자 자신의 부서로 가는데, 거기서 이제 부서 선생님들끼리 잡담(이라고 쓰고 인사라고 읽어야 할 듯)을 한다. 결국 또 안부이야기. 여기에서 이제는 조금 더 토픽이 넓어져서 어제 있었던 일, 일에 관련된 말들을 조금씩 섞게 되는데 이게 1시간 포인트. 이 떄 쯤부터 일은 시작되지만 결국 중간중간 쉬는 시간 휴식 시간마다의 업무의 중단은 가히 한국적인 시선으로 보면 경악할만하다. 대체 일이 언제 진행되는건지 궁금할 정도로.
본인은 이 나라의 "발전"(development) 를 위해서 일을 하는 봉사단원이다. 그럼 딜레마가 생긴다.
그럼 나는 여기에서 이 사람들에게 인사를 줄이라고 말해야 하는건가? 더욱 더 효울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서? 우리 아버지대에 사람들이 하루에 15,16시간씩 일주일에 7일동안 일을 하면서 가난에서 벗어난 것을 생각해본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였고, 가진 것 없는 나라였다. 물론 세네갈의 환경이 더 열약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서도, 비슷했었는지도 모른다. 그 때 우리나라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 뭍혀있었고,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그런 나라였다. 세계역사 속에서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대국이 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들었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나라에서는 왠지 대답이 '인사'처럼 보인다. 우리 아버지들을 보고 이 나라 사람들을 보면, 정말 가난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건지 궁금할 때가 있다. 자신들은 가난하고 아시아는 많은 자원과 돈이 있어서 발전하게 되었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 이 사람들에게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해주면 '노력해야겠다'보다는 '독하다/미쳤다'라는 반응이 먼저 오는 듯하다. 우리가 대체 누구이길래 이 사람들의 문화와 전통을 바꾸면서 까지 돈을 벌라고 해야하는 건지 생각이 때때로 든다. 우리가 없어도 이 사람들은 잘 산다. 우리가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행복하게, 있는 것들을 나누면서, 때때로 고민하면서 그렇게 산다. 경제대국에 사는 사람들이 더 행복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는 최소한 이 나라에서 누군가가 자살을 했다는 소리는 들어본적이 없다.
'seneg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사 (0) | 2010/02/23 |
|---|---|
| [번역] 세네갈의 교통시설. (0) | 2010/02/09 |
| 버릇 (0) | 2010/02/05 |
| 누나가 간다. (0) | 2010/02/04 |
| 인샬라의 나라 (0) | 2010/02/01 |
| 연합뉴스 명예 통신원 (0) | 2010/02/01 |